[육서] 일정한 모양·음·뜻의 세 가지 요소를 지닌 한자가 어떠한 원칙 아래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또 그렇게 만들어진 한자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육서] 일정한 모양·음·뜻의 세 가지 요소를 지닌 한자가 어떠한 원칙 아래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지며, 또 그렇게 만들어진 한자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육서(六書)'를 알아야 한다. 육서란 한자를 만들고 활용하는 원리를 말한다. 곧 '상형·지사·회의·형성'의 4가지 만드는 원리와 '전주·가차'의 두 가지 활용 원리를 합해 육서라고 한다. 이 육서 분류법은 중국 후한 때의 학자 허신이 지은 한자 연구서 《설문해자》에서 비롯되었다.
[상형] 어떤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그린 그림이 발전해 이루어진 글자이다. 이처럼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이루어진 글자가 바로 상형 문자이다. 대표적인 글자로는 '日(날 일)', '月(달 월)', '山(뫼 산)', '川(내 천)' 등이 있다.
[지사] 형체가 없는 것은 그것을 본뜰 수가 없으므로 그 말의 성질이나 뜻을 점이나 선, 혹은 부호로써 나타낸 것이 발전해 이루어진 글자이다. 대표적인 글자로는 '上(위 상)', '下(아래 하)', '本(근본 본)', '末(끝 말)'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점이나 선 혹은 부호로써 그 뜻을 나타내 이루어진 글자가 지사 문자이다. '위'나 '아래'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가로로 한 획을 긋고 그 위에 점을 찍어 위를 나타낸 것이 발전해 이루어진 글자가 '上(위 상' 자이다. 마찬가지로 아래에 점을 찍어 아래를 나타낸 것이 발전해 '下(아래 하)' 자가 되었다. 또 뿌리는 나무의 근본이 되므로 나무 밑동에 한 획을 그어 뿌리를 나타냄으로써 '本(근본 본)' 자가 만들어졌고, 이와는 반대로 나뭇가지의 끝을 나타내기 위해 나무의 끝에 한 획을 더 그어 '末(끝 말)' 자가 만들어졌다.
[회의] 이미 만들어진 상형 문자나 지사 문자를 어울러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도록 만든 글자이다. 해나 달이 있는 곳은 밝기 때문에 밝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상형 문자인 '日(날 일)'과 '月(달 월)'을 어울러서 '明(밝을 명)' 자를 만들고, 나무가 늘어서 있는 모양을 나타내 수풀을 뜻하는 '林(수풀 림)' 자를 만들었다. 또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흐뭇하다 하여 '女(계집 녀)' 자와 '子(아들 자)' 자를 어울러 좋다는 뜻의 '好(좋을 호)' 자를, 밭에서 힘들여 일하는 사람이 남자라는 뜻에서 '田(밭 전)' 자에 '力(힘 력)' 자를 어울러 사내라는 뜻의 '男(사내 남)' 자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뜻을 모아 만든 글자가 회의 문자이다.
[형성]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어울러서 새로운 뜻의 글자를 만들되, 그 글자의 한쪽은 뜻을 나타내고 다른 한쪽은 음을 나타내도록 이루어진 글자이다. 이와 같이 뜻과 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어울러서 만든 글자가 형성 문자이다. 예를 들어, 재목은 나무를 가공해 만드는 것이므로 '木(나무 목)' 자에 음을 나타내는 '才(재주 재)' 자를 뜻과는 상관없이 어울러서 '材(재목 재)' 자가 만들어졌고, 옛날에는 대쪽에 글을 써서 책 대신 썼으므로 '竹(대 죽)' 자에 음을 나타내는 '扁(작을 편)' 자를 어울러서 '篇(책 편)' 자가 만들어졌다. 또 꽃은 풀이 변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艸 ; 풀을 나타내는 부수)'에 음을 나타내는 '化(될 화)' 자를 어울러서 '花(꽃 화)' 자를 만들었다. 이처럼 형성 문자는 나무·대·풀에 관계되는 말에 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뜻과는 상관없이 어울러서 하나의 뜻을 나타내도록 만든 글자를 가리킨다.
[전주] 상형·지사·회의·형성의 네 가지 원리로 만들어진 한자만으로는 날로 늘어나는 새로운 말뜻을 이루 다 나타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한자의 뜻을 늘려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러한 활용 원리가 전주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뜻이 변함에 따라 음도 변하는 것이 있고, 음은 변하지 않고 뜻만 바꾸어 쓰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樂' 자는 원래 '풍류 악', 곧 음악을 뜻하는 글자였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음악은 들어서 즐거운 것이므로 그 뜻을 넓혀 '즐겁다(음은 락)'는 뜻으로 쓰이게 되고, 더 나아가 '좋아한다(음은 요)'는 뜻으로 그 쓰임이 넓어졌다. 또 '惡' 자는 본디 '악할 악', 곧 '나쁘다'는 뜻의 글자였다. 하지만 악한 것은 사람이 다 싫어하고 미워하므로 '싫어하다, 미워하다(음은 오)'는 뜻으로 그 쓰임이 넓어졌다. 그 밖에 '事' 자는 음은 똑같은 '사'이지만 문맥에 따라 '일 사' 또는 '섬길 사'로 구분하는데, 이 경우가 음은 바뀌지 않고 뜻만 바뀐 경우이다.
[가차]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글자의 원뜻과는 상관없이 그 음만을 빌려서 새로운 뜻의 낱말을 표기하는 활용 방법이다. 이러한 활용 원리가 가차이다. 어떤 새로운 뜻의 낱말을 표기하고자 하는데, 그 글자가 없을 경우 그 낱말의 음과 같은, 이미 만들어진 다른 글자를 그 본디의 뜻과는 관계없이 빌려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革(가죽 혁)' 자는 본디 짐승의 가죽을 뜻하는 글자이지만 음이 같고 뜻은 전혀 다른 '고친다'는 뜻의 글자로 빌려다 쓰는 경우가 그것이다. 곧 '皮革(피혁)'의 '革'은 원뜻인 '가죽'을 뜻하지만, '改革(개혁)'의 '革'은 '고친다'는 뜻이다. 이 밖에 표음 문자가 아닌 한문에서는 외래어나 외국어를 표기할 때에도 이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Asia'를 음이 비슷한 '亞細亞(아세아)'로, 'India'를 '印度(인도)', 'Paris'를 '巴利(파리)'로 쓰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