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전개의 바탕] 한시에서 시상(詩想)의 전개는 한 수의 시를 4단계로 해서 펼쳐 나가는데, 기(起)·승(承)·전(轉)·결(結)이 그 바탕이 된다. 절구의 경우는…
[시상 전개의 바탕] 한시에서 시상(詩想)의 전개는 한 수의 시를 4단계로 해서 펼쳐 나가는데, 기(起)·승(承)·전(轉)·결(結)이 그 바탕이 된다. 절구의 경우는 한 구(행)씩, 율시의 경우에는 두 구가 어울려 한 연이 되어 그 단락을 이룬다.
[절구의 시상 전개] 절구의 시상 전개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구(起句 : 첫째 구)에서는 자연의 정경이나 주위의 정황 등을 그림으로써 먼저 시상을 불러일으킨다. 승구(承句 : 둘째 구)에서는 기구에서 불러일으킨 시상을 발전시켜 보다 더 깊게 한다. 전구(轉句 : 셋째 구)에서는 기구와 승구의 시상에 변화를 준다. 결구(結句 : 넷째 구)에서는 기·승·전구의 시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그 노래를 통해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담는다. 곧 주제로 시상을 끝맺는다.
[절구의 시상 전개 예시] 다음은 조선 숙종 때의 학자 송시열이 금강산의 절경을 읆은 오언 절구이다.
山與雲俱白(산여운구백)
雲山不辨容(운산불변용)
雲歸山獨立(운귀산독립)
一萬二千峯(일만이천봉)
산과 구름이 함께 희니
구름과 산 그 모습 분별할 수 없구나.
구름이 돌아가고(걷히고) 산이 홀로 우뚝 서니
(이것이 바로) 일만이천 봉우리(금강산)로구나.
이 시에서는 먼저 기구에서 산이 구름에 덮여 산도 희고 구름도 희다고 시상을 일단 불러일으킨 다음, 승구에서 구름에 뒤덮인 산은 그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하여 기구의 시상을 발전시켰다. 전구에서는 시상을 바꾸어 구름이 말끔히 걷히니 산만이 우뚝 솟아나 보인다고 노래하고 나서, 결구에서 그 장관인 산은 일만이천 봉, 바로 금강산이라고 끝을 맺고 있다.
[율시의 시상 전개] 율시의 시상 전개 방법도 앞에서 말한 절구의 시상 전개 방법과 같다. 다만 제1·2구인 두련(頭聯 : 기련이라고도 한다)이 절구의 기구와 같이 기(起)에 해당하므로, 여기서 자연의 정경이나 주위의 정황을 읊어 시상을 불러일으킨다. 다음 제3·4구인 함련이 절구의 승구와 같이 승(承)에 해당하므로, 두련에서 불러일으킨 시상을 여기서 한걸음 더 발전시켜 좀 더 깊이 있게 읊는다. 그리고 제5·6구인 경련이 절구의 전구와 같이 전(轉)에 해당하므로, 여기서 시상을 일전시키게 된다. 한시에서 시상을 일전시킨다는 것은 기구와 승구에서 노래한 시상에 대해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 곧 주제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환을 뜻한다. 끝으로 제7·8구인 미련(尾聯 : 결련이라고도 한다)이 절구의 결구와 같이 결(結)에 해당하므로, 여기에서 지금까지 노래해 온 시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그 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생각, 곧 주제로 끝을 맺는다.
[율시의 시상 전개 예시] 다음은 고려 말기의 학자 설손이 지은 오언 율시이다.
皎皎天上月(교교천상월)
照此秋夜長(조차추야장)
悲風西北來(비풍서북래)
??鳴我床(실솔명아상)
君子遠行役(군자원행역)
賤妾守空房(천첩수공방)
空房不足恨(공방부족한)
感子恨無裳(감자한무상)
휘영청 밝은 하늘 높이 뜬 달이
이 긴 가을밤을 (끝없이) 비추네.
쓸쓸한 바람은 서북쪽에서 불어오고
귀뚜라미는 내 침상 (머리)에서 울어 대네.
낭군은 멀리 싸움터에 나가고
나만 (홀로) 빈 방을 지키는구나.
빈 방 지키는 것은 한스럽지 않으나
그 분이 추위에 옷 없을까 염려되네.
이 시에서는 두련에서 휘영청 밝은 달이 기나긴 가을밤을 비추고 있다고 시상을 불러일으키고, 함련에서 소슬바람이 불고 귀뚜라미가 베갯머리에서 울어 외로움을 더해 준다고 하여 두련의 시상을 발전시켰다. 이어 경련에서 시상을 일전시켜 남편은 멀리 전쟁터에 나가 있고, 자기 홀로 빈 방을 지키고 있다고 노래한 뒤, 미련에서 외로이 빈 방을 지키기는 한스럽지 않으나 전쟁터에 있는 그이가 추위에 떨고 있지나 않은지 그것만이 걱정된다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