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행)를 다섯 자 또는 일곱 자로 해서 모두 여덟 구로 이루어진 한시의 형식.
[오언 율시] 율시도 절구와 마찬가지로 오언 율시(吾言律詩)와 칠언 율시(七言律詩)로 나뉜다. 오언 율시는 한 구가 5자로 이루어진 8구(행)의 한시이다.
○○○○◎
○○○○◎ 제1·2구 : 두련, 기(起)
○○○○○
○○○○◎ 제3·4구 : 함련, 승(承)
○○○○○
○○○○◎ 제5·6구 : 경련, 전(轉)
○○○○○
○○○○◎ 제7·8구 : 미련, 결(結)
여기서 ◎는 운자(한시의 운으로 다는 글자)가 놓이는 자리이다. 운이란, 시 안에서 동일한 위치에 규칙적으로 쓰이는, 음조가 비슷한 글자를 말한다. 율시는 2구씩 짝지어 4련으로 되는데, 각 연의 명칭을 두련·함련·경련·미련이라고 한다. 이는 동물의 머리·턱·목·꼬리에 해당한다.
[오언 율시의 예시] 다음은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가 지은 오언 율시 <奉使日本(봉사일본 : 왕명을 받들어 일본 사신으로 감)>이다.
水國春光動(수국춘광동)
天涯客未行(천애객미행)
草連千里綠(초련천리록)
月共兩鄕明(월공양향명)
遊說黃金盡(유세황금진)
思歸白髮生(사귀백발생)
男兒四方志(남아사방지)
不獨爲功名(부독위공명)
섬나라에 봄빛이 도는데
먼 곳의 나그네 아직 못 돌아가네.
풀빛은 이어져 천리에 푸르건만
달은 두 고장(나라)을 함께 비추네.
유세하며 다니기에 돈은 다하고
돌아갈 생각하니 머리가 희네.
사나이의 크고도 넓은 뜻은
오로지 공명을 위해서만은 아니라네
여기서 2·4·6·8구의 마지막 글자는 운자, 곧 압운(운자를 놓음)이다. 즉, '行·明·生·名(행·명·생·명)'이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음조를 내는 운자이다. 남의 나라에서 고향을 그리며 자신의 할 일을 읊은 시로, 남의 나라인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자신의 공명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노래하였다.
[칠언 율시] 한 구가 7자로 이루어진 8구의 한시이다.
○○○○○○◎
○○○○○○◎ 제1·2구 : 두련, 기(起)
○○○○○○○
○○○○○○◎ 제3·4구 : 함련, 승(承)
○○○○○○○
○○○○○○◎ 제5·6구 : 경련, 전(轉)
○○○○○○○
○○○○○○◎ 제7·8구 : 미련, 결(結)
◎는 오언 율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운자가 놓이는 자리이다.
[칠언 율시의 예시] 다음은 북송 중기의 유학자 정호가 지은 칠언 율시 <秋日偶成二首(추일우성이수)> 가운데 뒤의 한 수이다.
閑來無事不從容(한래무사부종용)
睡覺東窓日已紅(수각동창일이홍)
萬物靜觀皆自得(만물정관개자득)
四時佳興與人同(사시가흥여인동)
道通天地有形外(도통천지유형외)
思入風雲變態中(사입풍운변태중)
富貴不淫貧賤樂(부귀불음빈천락)
男兒到此是豪雄(남아도차시호웅)
한가로이 살아 느긋하지 않은 일 없고
잠 깨어 보니 동창에는 해가 이미 붉구나.
만물을 조용히 바라보매 모두 스스로 흡족해 하니
사시절의 흥취가 사람과 같네.
도는 천지의 무형의 것에까지 통했으니
생각은 흐르는 바람과 구름의 변태 속으로 드네.
부귀에 흐트러지지 않고 빈천도 즐거우니
사나이 이에 이르면 바로 영웅호걸일세.
이 작품은 학덕이 모두 원숙한 경지에 이른 일대의 대학자가 가을날을 맞아 자기의 인생관을 깊이 파고들어 노래한 시이다. 오언 율시와 마찬가지로 '紅·同·中·雄(홍·동·중·웅)'이 운자이다.